연구 분야/위성통신 동향

위성 통신 (2) 위성 통신의 배경과 저궤도 위성 통신만의 주요 특성

스타링크(Starlink) 2024. 9. 1. 20:15

지난 글에 이어, 오늘은 저궤도 위성 통신 시스템에 대해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내용을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본 게시글은 필자가 참여한 "6G를 위한 Satellite Direct-to-Cell 최신 기술 및 글로벌 서비스 동향"  정보과학회지 논문의 일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우주/위성 산업의 변화: Old space에서 New space로

 

2010년대 후반부터 위성 통신을 포함한 우주 관련 산업들을 소개할 때 "New space"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이는 우주 산업의 트랜드가 과거와는 바뀐 것을 상징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로, 과거의 우주 산업은 반대로 "Old space"로 지칭하고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와 같이, 과거의 우주 산업은 인공위성과 로켓 제작에 대한 투자 비용이 매우 높아 각 나라의 정부 차원 (국가 주도)에서 이뤄졌고, 국가 주도의 위성/우주 산업 시대를 old space로 지칭합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의 SpaceX가 2010년대에 로켓 재활용 기술을 개발한 이후로 위성 산업에 뛰어들 때 넘어야 할 장벽의 높이가 많이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비용 대비 1/20 ~ 1/10 까지 감소한 것이지요(재사용을 10~20번까지).

 

이는 큰 초기 투자 비용과 수익성 측면에서 위성 산업이 부담되었던 민간 회사들 입장에겐 위성/우주 산업에 뛰어들 수 있는 트리거 (trigger)가 되었고, SpaceX를 비롯한 수 많은 민간 기업들이 기존의 위성 활용 분야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인공위성을 활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처럼 민간 주도의 위성/우주 산업 시대를 new space로 지칭하며, 현재가 바로 new space 시대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2. 왜 저궤도 위성 통신 시스템이 주목 받는가?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인 new space 시대에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인공위성 활용 분야로 통신 분야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지국 설치가 잘 되어 있어 국토 어디에서나 통신 서비스가 가능한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에서는 지금도 통신이 안 되는 지역들이 많습니다.

이를 고려하여, 수 많은 인공위성을 활용하여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면, 지구 전 지역에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문제는 기존의 정지궤도 (Geostationary orbit, GEO) 위성은 고도가 약 36,000 km로 물리적인 지연시간이 실시간 통신에는 적합하지 않았고, 고도가 낮아 지연시간이 실시간 통신에 적합한 저궤도 (Low earth orbit, LEO) 위성들을 여러 대 활용하여 위성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위성 통신 서비스가 주목 받고 있습니다.

 

저궤도 위성 통신 위성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은 대중들에게 미미하게 알려진 것과 달리 매우 큽니다. 미국의 금융 서비스 전문 기업이자 세계 최대 투자 은행 Morgan Stanley는 2040년 전체 우주 산업의 시장 규모를 1,400조원, 그 중 위성 통신 시장 규모를 약 740조원 (2023년 대비 106배)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 840조원)

 

https://home.sarangbang.com/v2/page/talk/news.html?inc=detail&uid=5225070

 

˝하늘 위 통신선로 깐다˝···韓·美·中 저궤도 위성통신 경쟁

 

home.sarangbang.com

 

이러한 전망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SpaceX, Amazon, 그리고 많은 이동통신 기업들이 위성 통신 분야를 준비하거나 이미 서비스를 시작하였습니다. 

 


3. 저궤도 위성 통신의 주요 특징

 

저궤도 위성 통신을 처음 접하는 분들께서는 "그래서 저궤도 위성 통신에 대해 왜 그렇게 호들갑이지? 땅에 설치된 기지국들을 중심으로 하는 지상 네트워크 (Terrestiral network, 혹은 Cellular network)와 별로 차이가 없지 않나? 그러면 그냥 기존의 기술들을 적용만 하면 될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한 제 생각은, 당연히 No입니다.

저궤도 위성 통신은 다음과 같이 크게 2가지의 근본적인 특성으로 인해 지상 네트워크에서 사용되던 기술들이 그대로 적용될 수가 없습니다.

 

 

(1) (여전히) 긴 위성-지상 단말기 간 거리

정지궤도, 중궤도 위성보다는 저궤도 위성의 고도가 낮지만, 여전히 지상 네트워크 대비 저궤도 위성과 지상 단말기 사이의 거리는 매우 큽니다. 밑의 이미지는 저궤도 위성에서의 거리와 지상 네트워크에서의 5G 기지국 (base station)에서 커버하는 거리를 비교한 것으로, 거리 차이가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G, 3G 기지국이 수 십 km까지 신호를 보낼 수 있지만, 여젼히 저궤도 위성에서의 거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짧습니다. 이처럼 저궤도 성 통신에서의 긴 거리는 송신된 신호의 경로 감쇠(path loss)를 매우 크게 발생시키므로 위성과 지상 단말기, 특히 스마트폰 같은 소형 이동 단말기에서는 매우 큰 전력을 소모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아래쪽 그림과 같이 기존의 지상 네트워크에서는 기지국 (5G 기지국은 gNB라고 지칭합니다)에서 거리가 멀어질수록 신호의 세기가 확연하게 낮아지지만, 저궤도 위성 통신에서는 위성의 고도 (250 ~ 2,000 km) 대비 단일 빔 (STARLINK 빔 기준 직경 50 km)의 크기가 작습니다. 이로 인해  단일 빔 내에 있는 단말기들에게 수신되는 신호들의 세기가 거리에 빔 중심으로부터의 거리와 관계 없이 비슷해지므로, 단말기 입장에서는 본래 수신 목적의 신호 세기와 원치 않는 간섭 신호의 세기가 비슷해져 수신 신호를 제대로 해석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는 통신 성능에 지대한 영항을 미치므로, 위성 통신 환경에 적합한 빔포밍 및 간섭 제어 방식도 필요합니다.

출처: E. Kim and I. Joe, ‘‘Handover triggering prediction with the two-step XGBOOST ensemble algorithm for conditional handover in non-terrestrial networks,’’ Electronics, vol. 12, no. 16, p. 3435, Aug. 2023.

 

 

마지막으로, 저궤도 위성과 단말기 사이의 긴 거리는 저궤도 위성이 광범위한 범위의 통신을 가능하게 합니다. 예시로 아래 그림과 같이, 하나의 STARLINK 위성이 최대로 커버할 수 있는 범위는 약 50,000 제곱 킬로미터가 넘습니다...! 이처럼 저궤도 위성이 동시에 통신할 수 있는 범위는 매우 넓으므로, 넓은 범위에 동시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위성 내 다중 빔 자원 할당 운용 기술이 필요하며, 이때 각 지역 별로 트래픽 요구사항이 서로 다른 것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미국 위를 지나는 STARLINK 위성의 통신 범위. 큰 보라색 테두리가 하나의 위성이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범위이고, 초록색 작은 도형들은 각각의 빔을 나타냅니다. (출처: https://starlink.sx/)

 

 

(2)  저궤도 위성의 빠른 이동성 (high mobility)

 

두 번째 주요 특징은 저궤도 위성이 약 7.5 km/s (약 27,000 km/h)의 빠른 속도로 지구를 공전하는 것입니다.

 

저궤도 위성의 7.5 km/s 이상의 이동 속도는 매우 큰 도플러 효과 (Doppler effect)를 일으키며, 실제로 고도 600 km의 저궤도 위성은 TN 내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빠른 속도를 지닌 500 km/h의 고속열차가 발생하는 도플러 천이 (Doppler shift, 도플러 효과로 인해 바뀐 주파수 차이)보다 약 50배 더 큰 도플러 천이를 야기합니다.

이는 기존의 지상 네트워크에서는 고려되지 않은 도플러 천이의 값이며,
주파수 자원이 매우 중요한 이동통신에서는 치명적인 단점이 됩니다.

 

 

 

또한, 5G부터 빔포밍 (beamforming) 기술이 상용화된 이후, 정확한 빔포밍을 위해서는 무선 채널에서의 채널 상태 정보(channel state information, CSI)를 송신기 혹은 수신기, 아니면 송수신기 모두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궤도 위성의 매우 빠른 이동 속도로 인해 매 순간마다 채널의 특성이 변하므로 송신기 및 수신기에서는 특정 순간의 CSI를 완벽하게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결국 부정확한 CSI만 빔포밍에 활용 가능하게 됩니다. 이는 최종적으로 빔포밍의 성능을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죠.

 

 

세번째로, 저궤도 위성의 빠른 이동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빈번한 핸드오버입니다.

 

핸드오버 (handover)는 아래 그림과 같이 A 기지국의 범위 안에 있는 단말기가 B 기지국의 범위로 이동할 때, 기존의 A 기지국으로부터 B 기지국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장비 주체를 바꾸는 기술입니다 (쉽게 말해 바톤 터치라고 이해하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출처: https://velog.io/@dodo4723/%EA%B7%B8%EB%A6%BC%EC%9C%BC%EB%A1%9C-%EC%9D%B4%ED%95%B4%ED%95%98%EB%8A%94-%EB%84%A4%ED%8A%B8%EC%9B%8C%ED%81%AC-%EC%9A%A9%EC%96%B4-%EC%9D%BD%EA%B3%A0-%EB%A9%B4%EC%A0%91%EC%A4%80%EB%B9%84-%EB%AA%A8%EB%B0%94%EC%9D%BC-%EB%84%A4%ED%8A%B8%EC%9B%8C%ED%81%AC

 

핸드오버는 seamless connectivity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며, 실제로 핸드오버를 수행할 때에는 수 많은 정보가 필요함과 동시에 그 절차가 복잡합니다. 또한 단말기 입장에서는 핸드오버 수행 시 배터리 소모가 다른 기술보다 더 큽니다
(TMI: 핸드오버로 인해 집에 가만히 있을 때보다 기차나 버스를 탈 때 스마트폰 전력 소모가 더 큽니다). 

 

핸드오버는 송수신기 사이의 속도가 클수록 더 빈번하게 이뤄지며, 약 7.5 km/s/의 속도를 가지는 저궤도 위성 통신에서는 위성의 빔 기능에 따라 4분~10분마다 한번씩, 최악의 경우 8~10초마다 한번씩 반드시 핸드오버를 수행해야 합니다. 즉, 저궤도 위성 통신에서는 지상 네트워크보다 더 빈번한 핸드오버가 필요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저궤도 위성의 빠른 이동성으로 인해 위성 간 링크 (Inter-satellite link, ISL)의 path가 매 순간 변하게 됩니다. 

위성 간 연결 링크인 ISL을 활용하면 이론적으로는 지구 어느 지점에서도 지구 반대편으로 신호, packet을 보낼 수 있게 됩니다, 이때 각 위성을 하나의 노드 (node)로 인식하면, 어느 ISL 경로들을 통해 packet을 보내는 게 좋을지 planning을 하는 routing 기술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routing 경로가 고정되어 있던 기존의 지상 네트워크와는 달리, 저궤도 위성들이 계속 움직이므로 ISL 경로도 매 순간 변하게 되어 routing planning을 매우 어렵게 합니다.

출처: https://circleid.com/posts/20210127-spacex-first-with-inter-satellite-laser-links-in-low-earth-orbit

 


지금까지가 저궤도 위성 통신만의 주요 특징들이었습니다.

위에서 언급된 특징들은 기존의 지상 네트워크에서는 고려되지 않은 사항들이므로, 당연히 기존의 지상 네트워크 기술을 저궤도 위성 통신에 적용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저궤도 위성 통신 기술이 어려운 이유고,

이로 인해 저궤도 위성 통신에 적합한 새로운 기술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다음 글은 위성 통신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6G에서의 위성 통신의 역할, 그리고 위성 통신에 대해 대학생들과 현업 엔지니어들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